[지난사업] [20120907_신천중 텃밭교육] 알뜰살뜰 가을밭 만들기와 배추에 웃거름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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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론 선선해진 것을 넘어 추위를 타는 이들에겐 춥기까지 한 날씨입니다.
요즘 새벽을 보낸 밭의 잎들을 잘 들여다 보면 하얀 이슬이 맺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9월 7일은 이런 하얀이슬이 맺힌다는 '백로'입니다.
밭에 도착해서 밭의 작물들을 관찰하다 보니 여기, 저기 반가운 손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을이 되면 높고 파란 하늘이 마치 제 세상인 양 날아다니는 잠자리,
그 잠자리가 텃밭 여기저기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추는 아직도 꽃망울을 맺고있고, 열매도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라 있습니다.
가지는 열매가 달리긴 하는데, 그 크기가 시원찮습니다.
땅콩은 볼때마다 키가 자라고 있고,
고구마 잎도 빽빽하게 땅을 뒤덮으며 밭의 빈자리를 점령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름내 자라지 못한 대파만이 북을 주어 밭을 다듬었는데도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는게 안스럽습니다.
2주 전 씨앗을 뿌렸던 무는 떡잎도 자라있고 본잎이 두장에서 네장 정도 새로 났습니다.
지난 주 심었던 쪽파는 쏙쏙 얼굴을 내밀며 세상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아기자기하게 옮겨 심은 배추모종은 대부분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잎이 작아 잎을 키울 비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동경작 밭의 배추들입니다.
밭을 보고 있어도 아이들이 오는 것은 소리로 알 수 있습니다.
밭으로 오는 길이 한적한 주택가나 논길이었다면 함께 들꽃산책을 하며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밭에 도착한 아이들에게 5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자신들의 밭과 씨앗을 뿌렸던 무와 옮겨심었던 배추를 관찰하는 것잎니다.
느림이 밭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무와 배추의 잎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배추 잎을 보니 떡잎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본잎이 두장씩 더 나있습니다.
잎을 보다 '떡잎도 두장이 함께 나고, 본잎도 두장씩 짝을 지어 같이 나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뭔가 심오한 자연의 진리를 알아낸 듯 10분동안은 혼자 우쭐해 있었답니다.
< 빈 밭에 무엇을 심을까? >
배추와 쪽파를 심고도 군데군데 밭이 비어 있었는데
빈밭에는 쪽파를 더 심고
들깨 옆의 빈밭에는 문을 잠그고 먹는다는 '가을아욱'을 키워보고
지난 봄 가뭄탓인지 싹도 구경하지 못했던 당근을 다시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빈 자리가 크지 않은 곳은 호미로 밭을 만들어 주고
빈 자리가 넓은 곳은 삽, 삽괭이, 쇠갈퀴 모두를 이용해서 밭을 만들었습니다.
사용을 다 한 쇠갈퀴는 가지런히 고랑에 놓아두었는데 도대체 이런 반듯한 정리정돈 습관은 언제 익힌 것일까요?
이미 싹을 품고 있다는 쪽파씨는 골을 파주고 갚지 않게 심어주면 하루, 이틀이 지나면 금새 싹이 돋습니다.
두번째 심어보는 쪽파, 아이들은 쪽파심기가 벌써 손에 익은 듯 가지런히 줄도 잘 맞추어 심고 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먹을 정도로 맛있다는 '가을 아욱',
그렇게 맛있다고 하니 수확하면 아이들의 허락을 받고 몇장 나누어 가서 된장국을 꼭 끓여 먹어볼까 합니다.
원래 뿌리를 먹는 작물은 모종을 내지 않습니다.
당근은 꼭 다시 한번 키워보고 싶은데, 씨를 뿌리는 시기는 아이들이 방학인 때라 쉼이 모종을 내어 왔습니다.
당근모종은 포트에서 빼낼때도 어찌나 잘 안떨어지는지 좀 애를 먹었습니다.
당근은 크게 키워 먹을 생각은 버리고
작게라도 키워서 수확을 해보고 싶어 옹기종기 심었습니다.
< 고구마 줄기 수확하기 >
1모듬과 2모듬이 아욱씨를 뿌리고, 당근모종을 옮겨심기 하는 동안
다른 모듬들은 고구마 밭에 모여 고구마 줄기를 관찰도 하고 고구마 줄기도 수확했습니다.
고구마는 줄기마디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려 고구마로 가야 할 영양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밭에 들려 생각날 때 마다 줄기를 걷어 줍니다.
그리고 무성한 줄기는 꺽어서 볶음이나 김치를 담을 수도 있고
고등어 조림등의 생선조림을 할때 밑에 깔아놓고 함께 조림을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 배추모종에 오줌주기 >
오줌 모으는 아이들...
부제로 그럴 듯 하지 않은가요?
아이들이 모아 온 오줌입니다.
잎이 잘 자라지 않은 배추모종의 잎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비책 중의 하나가 오줌을 웃거름으로 주는 것입니다.
모은 오줌은 몇일은 삭히고 나서 물에 희석해서 작물에 뿌려줍니다.
오줌 웃거름이 직접 배추잎에 닿으면 잎이 타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배추 주위로 군데군데 구멍을 파서 자연스레 땅에 스며들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의외로 힘들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웃거름을 줄 때 뭇거름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힘조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웃거름이 옆으로도 튀지 않도록 조심조심, 순서를 정해서 조심조심 주고 있습니다.
웃거름을 주었던 자리는 다시 흙을 덮어주니 오늘 밭일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느림이 가을엔 수확하는 것 말고 밭일이 많지 않다고 했는데
'가을 밭일도 지난 봄과 여름처럼 하고 또 해도 끝이 없는 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의 밭일을 끝내고 교실로 돌아갈 때도 재잘재잘 즐겁게 걸어갑니다.
시간을 꽉 채웠던 오늘의 밭일...
밭에서 무엇을 했는지 느림이 정리만 하고 농사일지도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던 하루입니다.
어린 농부들이 분주했던 만큼 다음주 텃밭의 배추 잎은 쑥 자라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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