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아카이브

[지난사업] 2014. 3.25 연성초 텃밭이야기 제 1화. 전우(田友)들아, 잘해보자.

최고관리자
2016.02.16 18:40 12,544 0

본문

#1. 기대하시라!
- 2주 전, 우리반 아이들에게 텃밭이야기를 슬며시 꺼냈다. “너희들 텃밭에 나가서 일해 본 적 있니?” 아이들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희망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농사동아리를 꾸려볼 생각이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밭일을 해 본 경험들을 신나게 쏟아냈다. 이럴 땐 슬쩍 거만을 떨어줘야한다. “그럼, 우리학교 텃밭이 생겼는데 우리반도 텃밭농사 해 볼까? 물론, 싫으면 안 해도 되고, 대충 할 생각이면 아예 시작을 말자. 선생님은 자신이 없어서 좀 고민이야.” “우리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우리반 아이들은 만장일치로 텃밭농사에 열광적으로 찬성했다. 그날부터 나는 ‘우리에게 밭일을 제대로 가르쳐 주실 텃밭선생님을 겨우겨우 어렵게 찾았다, 텃밭에 심을 아주 귀한 토종씨앗들을 구했다, 우리의 열정이 소문나서 경기도에서 아주 전폭적인 지원(돈)을 받게 되었다’면서 분위기를 띄워두었다.

##2. 느림 등장♥
- 오늘(3.25)은 드디어 텃밭선생님과 텃밭을 만나는 날이다. 흥분한 아이들이 아침부터 날뛰고 소리를 질러대서 무섭고 딱딱한 얼굴로 겨우 눌러놓는다. 아침 일찍 오셔서 우리 밭을 미리 둘러보고 교실로 찾아오신 느림. 아이들은 한 눈에 운명의 그녀를 알아보고 술렁댄다. ‘느림’은 스스로에게 지어준 이름이라고 소개한다. “앞으로 나를 ‘느림’이라고 부르면 돼.” ‘선생님’(계급장) 떼고 그냥 ‘느림’이라고 부르라는 말에 초딩 전우(田友)들은 살짝 당황하고 살짝 흥분한다. 내가 달고 있는 계급장을 떼어볼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나는 그 장면이 꽤 오래 남는다.

###3. 무엇을 상상하든!
- 앞으로 텃밭에서 일어날 일을 세 가지 상상해서 농사일지에 쓰고 이야기를 나눈다.
‘벌레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땀나게 일할 것이다, 여름엔 힘들 것 같다, 감자, 옥수수를 심을 것이다. 땅과 수확한 것을 서로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울 것이다. 재미난 일이 많을 것 같다.’ 걱정과 기대와 각오가 묻어난다. 너희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맛보게 될 것이야! 음하하하~ 이제 텃밭으로 슬슬 나가볼까?

####4. 두근두근, 텃밭 개봉박두! 그.러.나. NG투성!
- 꽁꽁 숨겨두었던 텃밭과 처음 만나는 순간! 넓은 밭에 한 번 놀라고, 푹신한 땅에 발이 푹푹 빠져 여러 번 놀라고! 예쁘게 핀 산수유 보며 봄이 왔음을 새삼 느끼고! 이런 저런 NG도 나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맛보리라.^^;
- NG1. 고랑이 안 만들어져 있다. 학교에서 어제(3.24)까지 기계로 고랑을 내어주기로 했는데 오늘 나가보니 포도나무 뽑은 자리를 고르게 펴놓기만 한 상태다.
NG2. 농기구가 없다. 아이들과 이랑을 만들려면 농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농협에서 외상으로 농기구 구해준다며 기다리라던 교장선생님께서는 오늘에서야 나보고 농기구 알아보라 한다.
NG3. 씨감자 못 심었다. 결국 느림이 정성껏 준비해 오신 씨감자는 다음 주에 심기로 한다.
재를 묻힌 씨감자를 보여주며 씨감자 내는 법을 몸소 보여주시는 느림과 총기가 흘러 넘치는 아이들의 눈빛.
P1000859.JPG

#####5.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박예감!
- 결국 무기가 없는 초딩 전우(田友)들은 맨손으로 흙을 만져본다. 그리고 밭에 털썩 앉아 느림이 가져온 농기구(호미, 삽, 삽괭이, 쇠갈퀴 각 한 개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전문가의 농기구 사용법 시범을 본다. 느림의 손이 닿은 곳은 침대처럼 폭신하고 예쁜 밭이 만들어진다. 신기하다.

P1000882.JPGP1000847.JPG

아이들도 직접 농기구로 땅을 나누고 뒤집고 고르게 펴본다.

P1000870.JPGP1000871.JPG
P1000912.JPGP1000897.JPG


느림의 시범을 눈썰미 있게 본 다음 곧잘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니 전우애가 샘솟는다. 내 너희들에게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명품 농기구를 안겨 주리라~

- 교실로 돌아와 ‘텃밭과의 첫 만남’ 농사일지를 쓴다. 대충 쓰는 것 같아 맘에 걸리지만 잔소리할 시간이 없으니 다 쓰면 내라고만 한다. 오후에 아이들이 쓴 농사일지를 보니 나름 자기의 느낌과 생각, 농기구의 이름과 쓰임, 그림을 아주 정확하게 정리해두었다. 느림과 텃밭에 대한 무한기대와 사랑으로 빼곡하다. 아무래도 우리 텃밭 대박날 것 같다.
IMG_0154.JPGIMG_0153.JPG
IMG_0151.JPGIMG_0152.JPG

- 우리반 아이들과 텃밭교육을 하니까 다른 교과수업에서도 텃밭을 소재로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어 좋다. 오늘 나눗셈을 배울 때도 씨앗, 모종, 열매, 농기구를 모둠별로 몇 개씩 나누어 가져야 하는지 계산했고, 사회‘촌락의 생활모습’은 교과서를 보지 않고도 게임하듯이 신나게 공부했다. 느낌 아니까~히히^--^ 다음 주에는 씨감자 심고 잎채소도 심을 예정이다. 느림과 우리반 아이들이 함께 하니 걱정 없다. 나는 엄청엄청 신난다.

P1000881.JPG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1-03-24 10:58:41 친환경체험학습에서 이동 됨]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