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화창한 5월의 둘째 토요일 입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햇살도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서 완벽한 날씨였습니다.

걷기에 안성마춤인 날씨인듯하여 20분정도의 거리를 소풍나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농장을 찾았습니다.

농장에서 젤 먼저 반겨주는건 하얀 백구 였습니다.

농장에 핀 여러가지 꽃들과 나무에 랗게 돋아나는 새싹들이 싱그러운 봄임을 말해줍니다.

시간이 좀 남아 농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요.

우리가 작업했던 하우스의 토마토들이 훌쩍 커버렸고.... 데롱데롱 맺힌 토마토들이 햇살을 받아 익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라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오늘 할일은 오이의 곁순따기와 감자밭의 잡초제거, 참깨모종 심기였습니다.

3조로 나누어 꼼꼼한 여자친구들은 토마토의 곁순따기를... 남자친구들은 힘쓰는 잡초제거를....

조금 늦게 온 친구들이 참깨모종 심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남자친구들의 호미질과 괭이질의 덕분으로 넓은 감자밭의 잡초들이 점점 없어져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 자리를 채워갑니다.

감자밭에 호미질을 하면서 나온 오래된 치킨쿠폰 한장.....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져갑니다...

"야~~ 이거봐.... 치킨쿠폰이야...."

"선생님~~ 이거 열장 찾으면 치킨 시켜먹어두 돼요?"

"앗싸~~!!! 우리 지금부터 땅만 파자,,,,"

조금 있다가 들리는 함성소리...."와!!!! 여기 한장 또 찾았어요.... 근데 다른데 꺼예요"

아이들의 호미질과 괭이질이 바빠져 갑니다.

치킨쿠폰 10장은 거뜬이 찾아낼 기세입니다.

넓은 감자밭에 아이들의 땀방울과 웃음소리로 채워집니다. 감자들도 맛있게 영글어 갈것을 믿습니다.

오이하우스에서는 또다른 웃음소리와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허리를 숙이고 쪼그려 앉아서 해야하는 일이라 여기저기서 허리,어깨,무릎아프다고 원망의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오이들을 왜 따서 버려야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합니다.

"이런 작은 오이들도 키우면 큰 오이가 될텐데 불쌍하게 왜 따버려요?"

처음에 이런 곁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정작 오이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일을하기 시작합니다.

궁금한게 많은 아이들입니다.

"작은 오이를 하나 먹어두 돼요?"

"제가 딴 오이들 모아서 가져두 돼요?"

"먹어보니 오이맛이 나요"

농부선생님께 설명을 들은 친구가 잘 못하는 친구에게 곁순제거에 대해 다시 설명해 줍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니 다정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TV나 언론에 나오는 아이들의 왕따나 폭력같은것은 남의 나라 얘기인듯 찾아볼 수가 없네요

일이 익숙해 졌는지 분업화를 제안합니다.

"나는 잎을 딸께... 너는 오이랑 꽃을 따... 그다음 너는 덩쿨을 따고.... 어때?"

 "콜!!!!"

"와~~ 훨씬 빨라..."

일속에서도 재미를 찾습니다. 일이 아니라 놀이가 된 듯 합니다.

그래도 공부가 더 쉬울것 같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참깨모종을 심는 친구들도 열심입니다.

작은 구멍을 뚫는 친구... 모종을 구멍옆에 가지런히 놓는친구.... 모종을 심는 친구....

햇빛아래 눈부시고 더울텐데 힘들다는 말한마디 없이 정말 열심히 합니다.

감자밭 잡초를 다 뽑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남자친구들....

여자친구들의 오이 곁순제가가 다 안끝났다고 하니 얼른 가서 도와줍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새참시간...

농부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빵과 우유... 그리고 오이

배가 고팠겠지.... 목도 많이 말랐겠지.....

간식을 먹는 중에도 바쁘기만 합니다. 오늘 한일에 대해 우리가 더 힘들었다며 서로의 일감에 대해 자랑을 합니다.

출석을 부르고 다음달에 만나자 또 약속을 하고...

즐겁게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날씨만큼이나 밝고 푸르릅니다.